제2화
「츄왁츄왁! 발딱이들의 습격」
으으… 추워…
구앙구앙은 몸을 떨며 눈을 떴다. 분명 침낭 안에서 잠들었는데, 어느새 침낭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옆을 보니 토끼씨가 구앙구앙의 침낭을 통째로 뺏어 들어가 있었다. 새근새근 잠든 얼굴은 천진난만했지만, 빼앗긴 침낭 주인의 심정은 복잡했다.
"ZZZ… 으응~ 하암냠…"
토끼씨가 잠꼬대를 중얼거리며 뒤척였다.
"…어휴."
뺏으려고 해봤자 꼼짝도 안 할 것 같았다. 구앙구앙은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이 트기 직전이었다. 하늘이 검푸른색에서 서서히 붉은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사막의 새벽은 고요했다. 바람 소리와 누군가의 코 고는 소리만이 들릴 뿐.
"하나, 둘, 셋, 넷—"
저 멀리서 누군가 체조를 하고 있었다.
켄 할아버지였다.
"둘, 둘, 셋, 넷—"
굽은 허리에도 불구하고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이가 들어도 몸을 놀리는 습관을 버리지 않는 사람. 오래 살아남은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구앙구앙은 기지개를 켜며 원정대 캠프를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흩어져 자고 있는 사람들. 어젯밤에 술 마시다 쓰러진 낭인. 코를 골며 뒤척이는 용병 아저씨. 피라미 병정 가가린은 모래 위에 그대로 누워 자고 있었다.
"아직 출발까지 시간이 남았으니까… 나도 좀 더 눈 붙여야—"
그때였다.
땅이 흔들렸다.
처음에는 지진인가 싶었다.
모래가 물결치듯 일렁였다. 구앙구앙은 중심을 잡으려 했지만 발밑이 계속 흔들렸다.
"뭐, 뭐야?!"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잠들어 있던 사람들이 황급히 일어났다.
그리고.
푸확—!
모래를 뚫고 뭔가가 솟아올랐다.
거대했다.
사람 키의 두 배는 되는 크기. 갑각으로 뒤덮인 몸통. 날카로운 집게발. 작은 눈들이 빼곡히 박힌 머리.
곤충이었다.
아니, 곤충이라기에는 너무 컸다. 괴물이었다.
"스스스스—"
괴물이 섬뜩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휙휙 돌렸다. 마치 사냥감을 물색하듯.
"발딱이다!!"
누군가 소리쳤다.
발딱이?
'발-딱' 하고 땅에서 튀어나와서?
"모두 무기 들어!!"
켄 할아버지가 외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츄왁!
괴물의 집게발이 번개처럼 내리꽂혔다.
켄 할아버지의 어깨를 정확히 꿰뚫었다.
"끼요오옷—! 아퍼!!"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켄 할아버지가 무릎을 꿇었다.
츄왁!
두 번째 공격이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끝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스겅—!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괴물의 머리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어이, 할아버지. 아침 체조는 몸 풀기용이지 진검승부용이 아니라고."
토끼씨였다.
언제 일어났는지, 언제 검을 뽑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손에는 몸집만 한 거대한 검이 들려 있었다. 방금 전까지 새근새근 자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날렵한 움직임.
"크흠… 고맙군…"
켄 할아버지가 어깨를 붙잡으며 비틀거렸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푸확—!
푸확—!
푸확—!
모래 사방에서 더 많은 괴물들이 솟아올랐다.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젠장, 둥지를 밟은 거야!"
용병 아저씨가 비명을 질렀다.
괴물들이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다.
아수라장이었다.
"발딱이들이다! 죽여버려!"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검과 창이 갑각에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앙구앙은 멍하니 서 있었다.
뭘 해야 하지?
칼은 있다. 두란 아저씨가 빌려준 낡은 단검. 하지만 손이 떨렸다. 저 괴물들과 싸우라고? 나 같은 게?
그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발딱이 한 마리가 구앙구앙을 향해 기어오고 있었다.
스스스—
"으, 으앗! 나한테 오지마앗!!"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뒤돌아 달렸다.
전속력으로.
뒤도 안 보고.
하지만 괴물은 빨랐다. 그림자가 점점 커졌다. 등 뒤에서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츄왁!
피했다.
옆으로 굴러서 간신히 피했다. 집게발이 구앙구앙이 서 있던 자리의 모래를 파헤쳤다.
저거 맞으면 죽는다.
확실히 죽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손이 떨렸다. 하지만 동시에 머릿속이 또렷해졌다.
도망치면 따라잡힌다.
싸워야 한다.
구앙구앙은 이를 악물고 칼을 들었다.
츄왁!
다시 공격이 날아왔다. 칼을 들어 막았다—막히지 않았다. 팔 보호대에 부딪혀서 겨우 튕겨냈다.
캉—!
팔이 저렸다. 뼈가 부러질 것 같은 충격.
"이 자식—!"
구앙구앙은 반사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서걱—!
괴물의 다리 하나가 잘려나갔다.
됐다!
"넌 이제 끝났—"
키에에—!! 츄왁!
방심한 순간, 괴물의 또 다른 다리가 날아들었다.
팔이 물렸다.
"으아아앙!! 이거 놔~!!"
날카로운 이빨이 살을 파고들었다. 피가 흘렀다. 고통이 온몸을 관통했다.
구앙구앙은 미친 듯이 칼을 휘둘렀다.
퍽퍽퍽퍽퍽퍽퍽퍽!
정신없이 때렸다. 괴물의 머리를, 몸통을, 보이는 대로 두들겼다.
키…키에엑—!
괴물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팔을 놓았다.
"하핫— 어떠냐!"
승기를 잡았다. 이대로 밀어붙이면—
츄왁—!
공격이 들어왔다.
너무 빨랐다.
내 인생은 여기까지인가?
가난하지만 그래도 행복한 삶이었던 것 같다…
아니, 행복? 그것도 잠시뿐이었지. 아버지가 떠난 이후로 고생만 했는데. 왜 이러고 살았지?
아니아니.
누앙누앙이 있잖아.
동생을 두고 여기서 죽을 수는 없어.
"으야야야야앗!!"
온 힘을 다해 칼을 들었다.
턱!
괴물의 집게발과 칼날이 맞부딪쳤다.
으으으…
힘이 안 들어간다. 아까 물린 팔 때문에 근력이 빠졌다. 점점 밀리고 있었다.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죽는다.
이대로 죽는다.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랴아아아아아아앗—!"

퍼억—!
괴물의 머리가 세로로 쪼개졌다. 녹황색 체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토끼씨였다.
은발이 바람에 휘날렸다. 붉은 눈이 햇살에 빛났다. 거대한 검을 한 손으로 들고 선 그녀의 모습은, 마치 신화 속 전사 같았다.
"으…으… 토끼씨…"
"다쳤네. 응급키트."
토끼씨가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 던져줬다. 그리고 다시 전장으로 달려갔다.
구앙구앙은 주저앉아 키트를 열었다. 손이 떨렸다. 하지만 해야 했다.
"일단 상처에 소독… 독한 술 뿌리고…"
으… 따가워.
"피 멎게 하고, 붕대로 돌돌돌…"
응급처치를 마쳤을 때, 싸움은 이미 끝나 있었다.
발딱이 일곱 마리.
그중 넷을 토끼씨가 잡았다.
나머지 셋은 원정대원들이 합심해서 처리했다. 물론 부상자가 속출했다. 켄 할아버지는 어깨를, 용병 아저씨는 다리를 다쳤다. 피라미 가가린은 갑각이 두꺼워서 멀쩡했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구앙구앙이 켄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
"내… 내가… 갈 때가… 되었…"
켄 할아버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안 돼요! 제가 꼭 치료해서—"
"흠칫."
켄 할아버지가 기침을 했다.
"아니, 아직 안 됐구먼."
"……"
구앙구앙은 말없이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어깨 상처가 깊었지만, 급소는 피한 것 같았다.
"고맙구나."
켄 할아버지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이를 먹으니까 반응이 느려져. 예전 같았으면 저 정도는 피했을 텐데."
치료를 마치고 나니, 토끼씨가 다가왔다.
"구앙구앙."
"네?"
"아까 잘 싸웠어."
"…네?"
뭘 잘 싸웠다는 거지? 거의 죽을 뻔했는데?
"처음 싸우는 거였지? 그런데 도망치지 않고 맞섰잖아. 발딱이 다리 하나도 잘랐고."
토끼씨가 씩 웃었다.
"센스 있네. 앞으로가 기대된다?"
"그, 그런가요…"
칭찬받으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부끄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아 맞다."
토끼씨가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붉은 살점이었다.
"이거 먹어볼래?"
"…뭐예요 이거?"
"발딱이 고기. 구워 먹으면 닭고기 맛 나거든."
"……"
구앙구앙은 토끼씨를 멍하니 바라봤다.
이 사람은 진짜…
"농담 아니야. 진짜 맛있어. 사막에서는 식량이 귀하니까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어야 해."
토끼씨가 모닥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자, 다 됐어."
건네받은 고기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어?
진짜 닭고기 맛이다.
아니, 닭고기보다 더 쫄깃하고 담백한 맛. 사막 한가운데서 먹어서인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맛있죠?"
"…네."
토끼씨가 환하게 웃었다. 구앙구앙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죽을 뻔했는데.
왜 웃고 있는 거지.
이상한 기분이었다.
몇몇 사람들이 도시로 돌아갔다.
발딱이를 보고 마음이 꺾인 것이다. 무리도 아니었다. 아직 국경지대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저런 괴물이 튀어나오다니.
"돌아가는 게 정상이야."
용병 아저씨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말했다.
"우리가 미친 거지."
하지만 돌아간 사람은 열 명 중 세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남았다.
돈이 필요했으니까.
구앙구앙도 남았다.
누앙누앙을 생각하면 돌아갈 수 없었다.
"자, 출발이다."
켄 할아버지가 붕대로 칭칭 감긴 어깨를 주무르며 선언했다.
"오늘 안에 국경지대에 도착해야 해. 지체하면 식량이 떨어진다."
원정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막은 여전히 뜨거웠다. 하지만 아침의 전투 이후로 뭔가가 달라진 것 같았다. 구앙구앙은 걸으면서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떨리지 않았다.
아까는 그렇게 떨리더니.
"뭘 보고 있어?"
토끼씨가 옆에서 물었다.
"아뇨, 그냥…"
"아, 알겠다. 첫 전투 후유증이지? 나도 그랬어. 처음 칼로 뭔가를 벴을 때, 손이 멈추지 않더라고. 떨려서가 아니라 감각이 이상해져서."
토끼씨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근데 금방 익숙해져.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토끼씨는 언제부터 검을 쓴 거예요?"
"음, 여덟 살? 아홉 살? 식인종한테 가족을 잃고 나서부터."
담담한 목소리였다. 마치 어제 저녁 뭘 먹었는지 말하는 것처럼.
"처음에는 복수하고 싶었어. 그 괴물들을 전부 죽이고 싶었지. 근데 죽이다 보니까 어느 순간 목적을 잊어버렸어. 그냥 살아남기 위해 검을 휘두르게 됐달까."
토끼씨가 구앙구앙을 돌아봤다.
"근데 있잖아, 오늘 너 싸우는 거 보면서 생각했어."
"뭘요?"
"살고 싶다는 의지가 보이더라고. 그게 제일 중요한 거야. 기술은 나중에 배우면 되거든."
구앙구앙은 대답하지 못했다.
살고 싶다.
그래, 살고 싶다.
누앙누앙을 위해서.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저기, 보이네."
누군가 소리쳤다.
구앙구앙이 고개를 들었다.
지평선 너머로 무너진 건물들의 윤곽이 보였다. 먼지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국경지대였다.
전쟁터였다.
"자."
토끼씨가 손을 내밀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야. 준비됐어, 구앙구앙?"
구앙구앙은 그 손을 잡았다.
차갑고 단단한 손이었다.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