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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식인종한테 사로잡힌 구앙구앙

from 사막의 흑갸루 검객 구앙구앙

제국군에게 붙잡혀 식인종의 소굴로 던져진 구앙구앙과 원정대! 눈앞에서 벌어지는 동료들의 비극적인 죽음과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그러게용

Published: September 14, 2025

제4화

「식인종한테 사로잡힌 구앙구앙」

전투가 끝나고 이틀이 지났다.

원정대는 국경지대 외곽에 숨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낮에는 숨고, 밤에는 시체를 털었다. 위험하지만 수확은 좋았다.

"이 정도면 목표량 거의 다 채웠어."

켄 할아버지가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밤만 더 하고 돌아가자."

하지만 그날 밤, 일이 틀어졌다.

"거기 서라!"

횃불이 어둠을 가르며 다가왔다. 제국군 순찰대였다. 열 명 남짓한 병사들이 원정대를 에워쌌다.

"누구냐? 소속을 대라."

선두에 선 지휘관이 물었다. 차가운 눈빛이 원정대를 훑었다.

켄 할아버지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국경 수비대 소속입니다. 순찰 중이었습니다."

"국경 수비대?"

지휘관이 미간을 좁혔다.

"부대 이름을 대라."

"…"

침묵이 흘렀다.

당연히 몰랐다. 가짜니까.

지휘관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저 갑옷 착용한 걸 보니 장교용하고 병사용을 섞어 입었군."

차가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너희 도둑 놈들이구나?"

순간, 병사들이 검을 뽑았다.

"잡아라!"

도망칠 틈도 없었다. 순식간에 포위당하고, 무장해제당하고, 포박당했다.

구앙구앙은 손이 묶인 채 끌려갔다. 토끼씨도, 켄 할아버지도, 용병 아저씨도 마찬가지였다.

"이놈들을 어떻게 할까요?"

병사가 물었다.

지휘관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귀찮게 재판하기 싫다. 시체 구덩이에 던져라."

"예?"

"태양교 시체들 버리는 구덩이 말이다. 거기 던져두면 알아서 처리될 거야."

알아서 처리된다.

그 말의 의미를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체 구덩이.

거대한 웅덩이에 수십 구의 시체가 쌓여 있었다. 대부분 태양교 병사들. 팔다리가 뒤틀리고, 눈이 뒤집힌 채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우욱…"

구앙구앙은 구역질을 참았다.

병사들이 원정대원들을 구덩이 가장자리에 세웠다. 그리고 등을 밀었다.

"으악!"

굴러 떨어졌다. 시체 위로. 차갑고 물렁물렁한 것들이 몸을 받쳤다.

"윽… 으윽…"

손이 묶여 있어서 일어날 수도 없었다. 옆에서 켄 할아버지와 용병 아저씨도 신음을 흘렸다.

"토끼씨는요?"

구앙구앙이 두리번거렸다.

토끼씨가 보이지 않았다.

"저기 좀 봐."

용병 아저씨가 턱으로 가리켰다.

구덩이 가장자리에 토끼씨가 쓰러져 있었다. 눈을 감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죽은 건가?

아니, 숨을 쉬고 있다. 자세히 보니 가슴이 미세하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저 사람, 죽은 척하는 건가…?"

"쉿."

켄 할아버지가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아직 위에 병사들이 있었다.

잠시 후, 병사들이 떠났다.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찰그락— 찰그락— 찰그락—

그 소리가 들려왔다.

구덩이 반대편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

"…젠장."

용병 아저씨가 신음을 흘렸다.

어둠 속에서 눈들이 빛났다. 노란 눈. 빨간 눈. 수십 개의 눈동자가 구덩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식인종이었다.

빨간 문신의 식인종들.

저번에 본 초록 문신 꼬맹이들과는 달랐다. 하나같이 건장한 체격. 근육이 울퉁불퉁 솟아 있었다. 손에는 날카로운 뼈칼과 도끼를 들고 있었다.

"키에에엑—!"

한 식인종이 구덩이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켄 할아버지를 들어 올렸다.

"오잉—? 이 녀석들 뭐 하려는 거지?"

켄 할아버지가 버둥거렸다.

"어? 어? 아… 안 돼!!"

식인종들이 켄 할아버지를 들쳐메고 구덩이 밖으로 올라갔다.

"할아버지!!"

구앙구앙이 소리쳤다. 하지만 손이 묶여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음은 용병 아저씨였다.

"이놈들! 저리 가!! 안 돼! 난 처자식이 있다고!!"

퍽! 퍽! 퍽!

저항하는 용병 아저씨를 식인종들이 몽둥이로 때렸다.

"으헉!"

기절한 용병 아저씨가 끌려갔다.

그리고.

식인종 하나가 구앙구앙 앞에 섰다.

"…!"

거대한 손이 구앙구앙의 목덜미를 움켜잡았다.

식인종 마을.

동굴과 판잣집이 뒤섞인 기괴한 공간이었다. 모닥불이 여기저기서 타오르고 있었고, 그 위에는—

커다란 가마솥이 펄펄 끓고 있었다.

"…!"

구앙구앙은 숨을 삼켰다.

원정대원들이 나무 기둥에 묶여 있었다. 켄 할아버지, 용병 아저씨, 그리고 몇몇 다른 사람들.

식인종들이 북을 치며 춤을 추고 있었다. 광적인 움직임. 침을 질질 흘리며 가마솥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키에엑—! 키에엑—!"

한 식인종이 앞으로 나섰다. 다른 것들보다 큰 놈이었다. 아마 우두머리인 것 같았다.

우두머리가 손을 들었다.

춤이 멈췄다.

그리고 켄 할아버지를 가리켰다.

"키에에엑—!"

식인종들이 달려들었다. 켄 할아버지를 기둥에서 풀어 들어 올렸다.

"이, 이놈들! 놔라! 놔!!"

켄 할아버지가 발버둥 쳤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펄펄 끓는 가마솥.

"아… 안 돼!!"

첨벙—!

켄 할아버지가 가마솥에 던져졌다.

"끄아아아아아악—!!"

비명이 울려 퍼졌다. 끓는 물 속에서 팔이 허우적거렸다. 1초, 2초, 3초…

움직임이 멈췄다.

"…!"

구앙구앙은 눈을 감지 못했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Cooked!"

식인종들이 환호했다.

다음은 용병 아저씨였다.

"제발! 제발 살려줘! 난 처자식이—"

첨벙—!

"끄아아아악—!!"

…또.

눈물이 흘렀다.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너무 무서웠다.

다음은 나인가?

나도 저렇게 되는 건가?

그때, 한 식인종이 구앙구앙에게 다가왔다.

끝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식인종은 구앙구앙을 가마솥으로 끌고 가지 않았다.

대신,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갔다.

동굴 안쪽으로.

동굴 깊숙한 곳.

희미한 횃불 하나가 벽에 걸려 있었다. 그 빛 아래로 뭔가가 웅크리고 있었다.

식인종이었다.

하지만 다른 놈들과는 달랐다. 몸집은 비슷했지만, 눈빛이 달랐다. 광기 대신 지성이 깃들어 있었다.

식인종이 구앙구앙에게 다가왔다.

거친 손가락이 구앙구앙의 팔을 쿡쿡 찔렀다.

"…"

마치 시장에서 고기의 질을 확인하는 것처럼.

그리고.

"나, 이런 갈색 피부 처음 본다."

…뭐?

식인종이 말을 했다.

"너… 말할 줄 아는 거야?"

구앙구앙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식인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말할 줄 안다. 조금."

손가락이 팔에서 어깨로, 어깨에서 목으로 옮겨갔다. 소름이 돋았다.

"흰 피부는 담백하다. 검은 피부는 쫄깃하다. 너 갈색 피부, 처음 본다. 궁금하다."

"…"

구앙구앙은 대답할 수 없었다. 공포에 질려서.

"너, 이름 뭐냐?"

"…구앙구앙."

왜 대답했는지 모르겠다. 입이 저절로 움직였다.

"구앙구앙?"

식인종이 이름을 되뇌었다.

"구앙구앙. 좋은 이름이다."

손가락이 구앙구앙의 뺨을 쓸었다. 거칠고 딱딱한 감촉.

"구앙구앙, 짭짤하다. 땀 때문인가? 맛있을 것 같다."

"…"

식인종이 천천히 일어섰다.

벽에 걸린 칼을 집어 들었다.

"나, 요리 잘한다. 구앙구앙, 스트레스 안 받게 잘 잘라줄 테니 걱정 마라."

칼날이 횃불 빛에 번쩍였다.

끝이다.

정말로 끝이다.

눈물이 흘렀다.

누앙누앙.

미안해.

누나가 약속 못 지킬 것 같아.

"자, 어디부터 자를까."

식인종이 칼을 들어 올렸다.

그때.

쾅—!

동굴 입구가 박살 났다.

"안녕?"

먼지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은발이 나부꼈다.

붉은 눈이 빛났다.

토끼씨였다.

"키헤엑—! 너 뭐냐!"

식인종이 소리쳤다.

토끼씨가 씩 웃었다.

"너의 최악의 악몽."

스겅—!

거대한 검이 허공을 갈랐다.

식인종의 머리가 바닥에 굴러떨어졌다.

"어휴, 구앙구앙~"

토끼씨가 다가와 구앙구앙의 포박을 풀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토끼… 씨…"

구앙구앙은 말을 잇지 못했다. 눈물만 줄줄 흘렀다.

살았다.

살았어.

"울지 마, 울지 마."

토끼씨가 구앙구앙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차갑지만 부드러운 손길.

"다 끝났어."

그때, 동굴 입구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안녕하세요? 아까 잠깐 뵈었었죠…?"

고개를 돌리자,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갈색 머리카락에 동그란 눈.

어제 싸웠던 태양교 종자였다.

"뭐, 뭐야 너?!"

구앙구앙이 소리쳤다.

토끼씨가 대답했다.

"아, 얘? 내가 데려왔어."

"네?!"

"족쇄 푸는 데 손재주가 필요했거든. 이 녀석 손재주 좋아 보여서."

"그, 그렇다고 적을 데려와요?!"

"에이, 적이었지. 지금은 아니잖아."

토끼씨가 태연하게 말했다.

태양교 소년이 어색하게 웃었다.

"저, 저는 쿠이라고 합니다. 아까는… 그… 죄송했습니다."

"…"

구앙구앙은 멍하니 쿠이를 바라봤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자."

토끼씨가 말했다.

"설명은 나중에 해줄게."

구앙구앙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살아남는 게 먼저였다.

동굴을 빠져나왔다.

식인종 마을은 아수라장이었다. 곳곳에 식인종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토끼씨가 들어오면서 쓸어버린 것이다.

"우와…"

쿠이가 감탄했다.

"이걸 혼자서 다…?"

"대충 스무 마리 정도?"

토끼씨가 어깨를 으쓱했다.

"빨간 문신 놈들이라 좀 힘들긴 했어."

좀 힘들긴 했다고?

구앙구앙은 토끼씨를 다시 바라봤다. 옷에 피가 묻어 있었지만, 상처는 없어 보였다.

이 사람은 대체 뭐지.

"아, 그리고."

토끼씨가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칼이었다. 동전 주머니도.

"내가 아까 죽은 척하면서 엎드려 있다가, 나중에 비싼 무기들 빠짐없이 다 챙겨왔어. 돈은 충분해~"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구앙구앙이 힘없이 말했다.

"토끼씨 한쪽 팔이.. 그리고 켄 할아버지랑 용병 아저씨가…"

목소리가 떨렸다.

"…알아."

토끼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늦어서 미안해."

"…"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때, 쿠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죄송하지만 빨리 이동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식인종들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 맞아."

토끼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여길 벗어나자. 갈 곳이 있어."

"어디요?"

"내 스승님 집. 안전하고, 쉴 수도 있어."

토끼씨가 걷기 시작했다.

구앙구앙도 따라갔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멈출 수 없었다.

쿠이도 뒤따랐다. 어색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셋은 사막을 걸었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구앙구앙의 마음속에는 아직 밤이 남아 있었다.

켄 할아버지의 비명.

용병 아저씨의 절규.

펄펄 끓는 가마솥.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평생.

"구앙구앙."

토끼씨가 불렀다.

"네?"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

구앙구앙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살아있다.

그게 중요한 거다.

지금은.

떡하나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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