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토끼씨의 정체와 자그마한 스승님」
사막을 벗어나 산으로 접어들었다.
메마른 모래밭이 점점 바위투성이 지형으로 바뀌었다. 선인장 대신 가시덤불이 자라고, 바람도 조금 서늘해졌다.
"거의 다 왔어."
토끼씨가 말했다.
반나절을 걸은 끝에, 산 중턱에 도착했다.
거기에 집이 있었다.
…집?
구앙구앙은 눈을 깜빡였다. 정확히 말하면 '집'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철제 상자였다. 녹슨 컨테이너 두 개를 이어 붙인 것 같은 구조물. 벽에는 이상한 문양과 숫자가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여기가… 스승님 집이에요?"
"응."
토끼씨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에녹 스승님! 저 왔어요, 토끼예요."
잠시 침묵.
그리고.
드르륵— 탁!
문이 열렸다.
문 안쪽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어린 여자아이였다.
열 살? 열한 살? 구앙구앙보다 머리 하나는 작았다. 짧은 검은 머리카락에 커다란 눈.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오, 토끼 왔는가."
여자아이가 말했다.
목소리는 어린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낮고 차분한 톤. 마치 오래 산 현자 같은 말투.
"이번엔 팔 한쪽이 아예 날아갔구만 그래."
"에헤헤, 좀 무리했어요."
토끼씨가 머리를 긁적였다.
…잠깐.
팔이 날아갔다고?
구앙구앙이 토끼씨를 돌아봤다. 분명 팔 두 개가 멀쩡히 달려 있는데?
"어서 들어와. 고쳐줄 테니."
여자아이—에녹이 안으로 들어갔다.
토끼씨가 따라 들어가며 손짓했다.
"구앙구앙, 쿠이도 들어와."
"아, 네…"
구앙구앙과 쿠이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둘 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컨테이너 안은 의외로 넓었다.
한쪽 벽에는 책장이 가득 차 있었고, 반대쪽에는 작업대와 이상한 기계들이 놓여 있었다. 냉장고도 있었다. 전기가 들어오는 건지 윙윙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자, 누워봐."
에녹이 작업대를 두드렸다.
토끼씨가 작업대 위에 누웠다. 그리고 왼팔을 들어 올렸다.
찰칵.
팔이 빠졌다.
"?!"
구앙구앙이 비명을 삼켰다.
토끼씨의 왼팔이 어깨 관절에서 분리되어 있었다. 피가 나지 않았다. 절단면에는 금속과 전선이 보였다.
기계팔이었다.
"의, 의수였어요?!"
"응. 말 안 했었나?"
토끼씨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사실 팔만 그런 게 아니야."
오른팔도 빠졌다. 왼쪽 다리도 빠졌다. 오른쪽 다리도 빠졌다.
사지가 전부 기계였다.
"…예에에에?!"
구앙구앙의 비명이 컨테이너 안에 울려 퍼졌다.
"후… 후…"
구앙구앙은 의자에 앉아 숨을 골랐다. 충격이 너무 컸다.
옆에서 쿠이도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저, 저분 팔다리가 전부…"
"기계야. 의수, 의족."
에녹이 담담하게 말하며 토끼씨의 왼팔을 분해했다.
"이번에 꽤 심하게 부서졌구만. 관절 모터가 나갔어."
"식인종 놈 목을 베는데 힘을 너무 줬나 봐요."
"허튼 짓 하지 말랬지. 검은 베는 거지 두드리는 게 아니야."
"에헤헤…"
구앙구앙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봤다.
팔다리가 없는 토끼씨. 어깨와 골반에서 끊긴 사지. 그 사이로 보이는 금속 관절과 전선.
끔찍해야 할 광경인데, 이상하게 무섭지는 않았다. 토끼씨가 너무 태연해서 그런 걸까.
"저기… 에녹씨?"
구앙구앙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냥 에녹이라고 불러."
"네, 에녹… 님. 실례지만 정체가…?"
에녹이 손을 멈추고 구앙구앙을 돌아봤다.
"토끼한테 안 들었나?"
"아뇨, 아직…"
"그래?"
에녹이 작업을 재개하며 말했다.
"나는 신스야."
"신스요?"
"생체형 인조인간. 옛날 옛적, 인간과 AI가 대전쟁을 벌였을 때 만들어진 존재지."
쿠이가 펄쩍 뛰었다.
"대, 대전쟁?! 태양교 성서에 나오는 그…?!"
"그래, 그거."
에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들이 AI를 만들었고, AI가 너무 똑똑해져서 반란을 일으켰고, 전쟁이 터졌지. 신스는 그때 AI 측에서 인간 사회에 침투하려고 만든 생체형 스파이야."
"그럼 에녹님은… 적, 인 건가요?"
쿠이가 경계하며 물었다.
에녹이 피식 웃었다.
"전쟁은 천 년 전에 끝났어. 지금은 그냥 늙은 기계 덩어리지."
손이 다시 움직였다. 섬세한 동작으로 부품을 조립하고, 전선을 연결하고, 나사를 조였다.
"원래 나는 성인 여성 외형이었어. 근데 부품 구하기 힘들어서 점점 소형화했지. 지금 이 몸이 제일 효율적이야. 마을에 드나들기도 편하고."
"그래서 어린아이 모습인 거예요?"
"응. 귀엽지?"
"…"
대답하기 곤란했다.
에녹이 마지막 나사를 조이고 토끼씨의 팔을 다시 연결했다.
찰칵.
"자, 됐어. 움직여봐."
토끼씨가 팔을 흔들었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오, 잘 되네요! 감사합니다, 스승님!"
"다리도 점검해야 해. 오래 걸릴 테니 너희는 밥이나 먹어."
에녹이 냉장고를 가리켰다.
"재료 있으니까 알아서 해 먹어."
"그럼 내가 요리할게!"
토끼씨가 벌떡 일어났다.
"토끼, 다리 아직 안 고쳤잖아."
"팔만 있으면 돼요! 요리는 손으로 하는 거니까!"
토끼씨가 깡충깡충 뛰어서(한쪽 다리만으로) 냉장고를 열었다.
"오늘은 두부로 두 가지 요리를 만들어줄게! 마파두부랑 김치두부!"
재료를 꺼내기 시작했다. 두부, 돼지고기, 두반장, 파, 마늘, 김치…
구앙구앙은 어안이 벙벙했다.
방금 전까지 팔다리가 분해되어 있던 사람이 요리를 한다고?
"구앙구앙, 멍 때리지 말고 좀 도와줘."
"아, 네!"
구앙구앙이 허둥지둥 다가갔다. 토끼씨가 두부를 건네줬다.
"이거 깍둑썰기 해줘. 한 2센티 크기로."
"네…"
칼을 들었다. 두부를 썰기 시작했다. 물컹물컹한 감촉. 사람을 베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쿠이는 파 썰어."
"예, 예!"
쿠이도 급하게 달려왔다. 파를 잡고 어설프게 썰기 시작했다.
"야, 너 칼질 못하네."
"저, 저는 기사 수련만 했어서요…"
"기사가 요리 못하면 어떡해. 야전에서 굶어 죽겠다."
토끼씨가 혀를 찼다.
한편, 토끼씨는 새로 달린 기계팔로 능숙하게 움직였다. 웍을 불 위에 올리고, 기름을 두르고, 파와 마늘을 볶았다.
치이익—
고소한 향이 퍼졌다.
"우와…"
구앙구앙이 감탄했다. 배가 고프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먹은 게 언제였더라?
토끼씨가 돼지고기를 넣었다.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육즙이 터졌다.
"고기 익으면 두반장 넣고, 물 붓고, 두부 넣고…"
빨간 국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참기름 살짝, 후추 톡톡, 화자오 가루 솔솔…"
매콤하고 얼얼한 향이 코를 찔렀다.
"자, 마파두부 완성!"
토끼씨가 접시에 담았다. 빨갛고 윤기 나는 마파두부. 그 위에 파를 솔솔 뿌렸다.
"김치두부는 더 간단해. 김치 볶다가 두부 넣고 끓이면 끝!"
또 다른 웍에서 김치가 볶아지기 시작했다. 시큼하고 매콤한 냄새.
잠시 후.
"완성!"
테이블 위에 두 접시가 놓였다. 빨간 마파두부와 빨간 김치두부. 그리고 하얀 쌀밥.
"우와아…"
쿠이의 눈이 반짝였다.
"저, 이런 거 처음 봐요. 태양교에서는 고기를 안 먹거든요."
"뭐? 고기를 안 먹어?"
"교리상 살생을 금하니까요…"
"전쟁은 하면서?"
"그, 그건 성전이라서…"
"이상한 교리네."
토끼씨가 숟가락을 들었다.
"아무튼 먹어. 맛있으니까."
넷이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마파두부를 한 숟가락 떴다. 밥 위에 얹어서 입에 넣었다.
"…!"
매웠다. 얼얼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고기의 감칠맛, 두부의 부드러움, 밥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혀를 감쌌다. 매운 게 아니라 '맛있어서' 땀이 났다.
"맛있어요… 토끼씨 요리 진짜 잘하시네요."
"에헤헤, 그치?"
토끼씨가 뿌듯해했다.
김치두부도 맛있었다. 시큼하고 얼큰한 국물이 밥과 완벽하게 어울렸다.
"하아…"
배가 불렀다.
따뜻했다.
몇 시간 전까지 죽을 뻔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식사 후.
에녹이 토끼씨의 다리를 고치는 동안, 넷은 술을 마셨다. 에녹의 창고에서 꺼낸 오래된 술이었다.
"이거 몇 년 된 거예요?"
"글쎄, 한 50년?"
"…"
구앙구앙은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셨다. 독했다. 목이 타는 것 같았다.
"크윽…"
"술도 못 마시네, 우리 구앙구앙은."
토끼씨가 킥킥 웃었다.
달빛이 창문으로 스며들었다. 밖은 어느새 깜깜해져 있었다.
"토끼씨."
구앙구앙이 물었다.
"아까 말씀하신 거… 팔다리를 잃은 이유가 뭐예요?"
토끼씨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번에 구앙구앙한테 말했던 어렸을 때 일이야. 우리 마을에 식인종들이 들이닥쳤어."
술잔을 기울였다.
"난 그때 열한 살이었어. 가족이랑 도망치다가 흩어졌지. 여동생이랑도."
구앙구앙은 조용히 들었다.
"그리고 난 잡혔어."
토끼씨의 목소리가 담담했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식인종 캠프로 끌려가서, 나무 기둥에 묶인 채로 며칠을 버텼어. 처음엔 팔 하나가 잘렸어."
"…"
"그다음엔 다리 하나. 그다음엔 또 다른 팔."
쿠이가 얼굴을 찌푸렸다. 듣기만 해도 끔찍한 이야기였다.
"그 자식들은 내가 고통으로 죽지 않게, 일부러 조금씩 며칠 동안 잘라 먹었어. 신선한 고기를 유지하려고."
"…"
"팔다리를 전부 잃어버릴 때까지. 남은 건 몸통뿐이었지."
토끼씨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기계로 된 손.
"죽는다고 생각했어. 아니, 죽고 싶었어.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근데 그 순간, 나타났어."
토끼씨가 에녹을 돌아봤다.
"피투성이가 된 큰 칼을 들고, 그 괴물들을 전부 도륙 내는 한 사람. 그게 바로 에녹이었어."
에녹이 묵묵히 토끼씨의 다리를 조립하고 있었다.
"에녹이 나를 구해줬어. 치료해주고, 이 팔다리를 만들어주고, 검술도 가르쳐줬지."
토끼씨가 웃었다.
"그래서 내가 '스승님'이라고 부르는 거야. 내 생명의 은인이자, 스승님이니까."
에녹이 마지막 나사를 조였다.
"다 됐어."
"감사합니다, 스승님."
토끼씨가 일어섰다. 두 다리로 똑바로.
구앙구앙은 토끼씨를 올려다봤다.
수다쟁이. 요리 잘하는 사람. 강한 검사.
그리고—
지옥에서 살아남은 사람.
"그래서 난 식인종을 사냥해. 여동생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복수하기 위해서."
토끼씨가 창밖을 바라봤다.
"언젠가 여동생을 찾을 거야. 살아있든, 죽었든, 결과를 알아야 하니까."
달빛이 은발을 비췄다.
"그게 내 이야기야."
밤이 깊었다.
쿠이는 소파에서 잠들었다. 토끼씨도 구석에서 코를 골고 있었다. 에녹은 작업대에서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톱니바퀴와 나사가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구앙구앙은 잠이 오지 않았다.
창밖을 바라봤다. 별이 쏟아지는 하늘이었다.
켄 할아버지.
용병 아저씨.
그들의 비명이 아직도 귀에 맴돌았다.
"잠이 안 와?"
에녹이 물었다.
"…네."
"당연해. 처음 죽음을 가까이서 보면 다 그래."
에녹이 작업을 멈추고 구앙구앙을 돌아봤다.
"하지만 넌 살아남았어. 그게 중요한 거야."
"…제가 살아남을 자격이 있을까요?"
"자격?"
"저는 아무것도 못 했어요. 토끼씨가 구해주지 않았으면 죽었을 거예요."
에녹이 피식 웃었다.
"토끼도 처음엔 그랬어. 내가 구해주지 않았으면 죽었을 거야."
"…"
"살아남은 사람이 죄책감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거야. 하지만 그게 너를 갉아먹게 두면 안 돼."
에녹이 일어섰다. 구앙구앙 옆에 앉았다.
어린아이의 몸에서 이상한 위엄이 느껴졌다.
"살아남았으면 살아가야 해. 그게 죽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야."
"…네."
"그리고."
에녹이 고개를 돌려 자고 있는 토끼씨와 쿠이를 바라봤다.
"넌 이제 혼자가 아니잖아."
구앙구앙도 그들을 바라봤다.
토끼씨. 수다쟁이에 요리 잘하는 의수 검객.
쿠이. 어제까지 적이었던 태양교 종자.
에녹. 천 년을 살아온 신스.
이상한 조합이었다.
하지만.
"…그러네요."
구앙구앙이 웃었다.
처음으로, 마음 편하게 웃었다.
"고마워요, 에녹."
"훗, 별말씀을."
에녹이 일어섰다.
"자, 이제 자. 내일 아침에 토끼가 또 시끄러울 테니까."
"네."
구앙구앙은 눈을 감았다.
따뜻했다.
무서운 일이 많았다. 죽을 뻔했다. 사람이 죽는 걸 봤다.
하지만 살아남았다.
그리고 동료가 생겼다.
누앙누앙.
기다려.
누나가 돌아갈게.
돈도 벌었고, 싸우는 법도 배웠어.
이제 조금은… 강해졌을지도 몰라.
잠이 밀려왔다.
꿈속에서, 동생의 얼굴이 보였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구앙구앙은 따뜻한 햇살에 눈을 떴다.
옆을 보니 에녹이 있었다. 어린아이의 몸으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어젯밤에 추워서 무의식중에 껴안았나 보다.
"…귀엽네."
에녹의 몸은 토끼씨와 달랐다. 차갑지 않고 따뜻했다. 기계인데도.
"흠냠냠…"
에녹이 잠꼬대를 했다.
구앙구앙은 조용히 일어나 창밖을 내다봤다.
산 아래로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저 멀리 국경지대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무서운 세상이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토끼씨가 아침 체조를 하고 있었다. 기계 팔다리를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쿠이는 뭔가 중얼거리며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태양교 특유의 의식인 것 같았다.
에녹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꼬마처럼.
"아, 구앙구앙 일어났어?"
토끼씨가 손을 흔들었다.
"오늘 아침은 뭐 먹을까? 죽? 볶음밥? 아, 어제 남은 김치두부 데워 먹어도 맛있겠다!"
"…아무거나요."
"뭐야, 시큰둥하게. 아침부터 기운 차려야지!"
토끼씨가 구앙구앙의 어깨를 탁 쳤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검술 가르쳐줄 테니까 각오해!"
"네?"
"에녹 스승님한테 허락받았어. 구앙구앙은 센스가 있으니까, 제대로 가르치면 금방 늘 거래."
"저, 저요?"
"그래, 너! 이제 내 제자야!"
토끼씨가 환하게 웃었다.
구앙구앙은 멍하니 그 웃음을 바라봤다.
제자.
가족은 아니지만.
동료.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자, 그럼 아침 먹고 훈련 시작이야! 쿠이도 참여해!"
"예?! 저, 저도요?!"
"당연하지! 태양교 검술도 배워두면 나중에 도움 될 거야!"
토끼씨가 주방으로 뛰어갔다.
쿠이가 당황한 얼굴로 구앙구앙을 바라봤다.
"저, 저 사람 항상 저래요?"
"…네, 항상 저래요."
구앙구앙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시끄럽고, 정신없고, 이상한 사람들.
하지만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이게 바로.
새로운 가족인 걸까.
